89VMV1에 비해 완성도는 높아졌으나 판매율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에 돌이켜 보면 당시 의욕도 상당히 저조해져 있었고 개인적으로 나태했던 것 같다.
혼자 미친듯이 닥치는대로 날뛰며 발품했던 89VMV1에 비해 89VMV2는 뭔가 그냥 방치했던 느낌?
애초에 89venom은 Mixtape만 주구장창 만들어서 공개하는 가벼운 프로젝트 팀으로만 생각했었다.
모순적이지만 앞으로 89venom을 좀 더 크게 만들고 싶은 욕심만 있던 상태였다.
그 당시엔 딱히 싱글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쭉 함께 해왔던, 그리고 가장 오래전 부터 알고있던 C.why와 이순철을 고정멤버로 못 박으며 체제 안정화를 꿈꿨고 퀄리티적인 면에서나 여러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C.why는 군대를 갓 전역한 상태였으며,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인 이순철은 비록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진가로서 우리와 무언가 함께 할 프로젝트를 구상하겠노라 다짐했었다.
그렇게 C.why의 비트 외에도 이런저런 비트들 위에 꾸준히 가사는 적었지만 89VMV2에 비해 크게 내 실력은 향상되지 않았었다.
사실 89VMV2 중에 몇 곡들은 아직도 혼자 듣는다.
89VMV2를 발매한 뒤 몇 곡들을 들으며 순순히 인정하게 된 건 내가 뛰어난 랩퍼는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이 후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고 기존과는 좀 더 다른 스타일로 해보고 싶어 다양한 시도를 하다 C.why의 비트 중 하나에 이런저런 실험을 하던 중 개인적인 만족도가 있는 곡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당시 "평타치냐?"라는 제목으로 살짝 공개해봤는데 주변 반응도 나름 긍정적이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 부터 "Double Swag Show"라는 공연에 섭외되었고 우린 그 공연을 기회삼아 89venom이라는 팀으로서 뭔가 자리를 잡고 좀 더 지속적인 팀이 되길 원했다.
하지만 우리 팀의 이력이라곤 달랑 Mixtape 두 장 뿐이었다.
그래서 공연 전에 첫 싱글앨범을 발매하고 그 공연을 기회삼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공연 전에 발매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개인적으로는 제목대로 평타는 치는것 같았기 때문에 급히 곡 구성에 대해 논하고 추가작업에 들어갔다.
여유롭게 작업하다기보단 시간에 쫓겨 작업하느라 힘들었는데, 그 중 가장 힘든 점은 난 당시 서울에 거주 중이었고 C.why는 부산에 거주 중이며 서로 만나서 작업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녹음은 당시 내가 지내던 친구의 작업실에서 했지만 녹음을 한 번 하면 그걸 바로 C.why에게 e-mail 보내서 의견을 나누고 또 재녹음하다보니 녹음시간만 거의 밤을 새웠던 것 같다.
그렇게 좋지 않은 환경에서 시간에 쫓기며 작업하다보니 아쉬움이 유난히 더 많은 곡이다.
앨범 작업이라는건 Mixtape이나 싱글앨범이나 늘 계획대로 잘 되진 않는다.
멤버 모두가 100%만족하는 곡을 만들려 했다면 우린 아직도 싱글앨범 하나 조차도 발매하지 못 했을 것이다.
시간에 쫓겨 작업했기 때문에 C.why나 나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곡이기도 하다.
난 당시를 2013년 늦봄에서 초여름쯤으로 기억한다.
딱히 어떤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첫 싱글이니 어떤 메세지를 전달한다거나 첫인상이 될 첫 싱글에 대해 부담은 사실 없었다.
그냥 늘 그랬듯 생각나는대로 끄적였고 중간중간에 다소 말이 안 되는 가사들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Double Swag Show"는 당일 날 취소되었지만 그보다 우린 이번 싱글앨범을 시작으로 정규가 될지, EP가 될지도 모른채 그냥 곡을 더 쌓아서 좀 더 89venom 자체를 키워볼 요량이었다.
이후 우리 팀의 계획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다음 곡들에 대한 작업기를 통해 밝히겠다.
by pram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