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8일 월요일

Unacceptable 작업기.

89VMV2를 발매한 이후, 사실 다음 계획을 잡아둔게 딱히 없었다.

89VMV1에 비해 완성도는 높아졌으나 판매율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에 돌이켜 보면 당시 의욕도 상당히 저조해져 있었고 개인적으로 나태했던 것 같다.

혼자 미친듯이 닥치는대로 날뛰며 발품했던 89VMV1에 비해 89VMV2는 뭔가 그냥 방치했던 느낌?

애초에 89venom은 Mixtape만 주구장창 만들어서 공개하는 가벼운 프로젝트 팀으로만 생각했었다.

모순적이지만 앞으로 89venom을 좀 더 크게 만들고 싶은 욕심만 있던 상태였다.

그 당시엔 딱히 싱글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쭉 함께 해왔던, 그리고 가장 오래전 부터 알고있던 C.why와 이순철을 고정멤버로 못 박으며 체제 안정화를 꿈꿨고 퀄리티적인 면에서나 여러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C.why는 군대를 갓 전역한 상태였으며,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인 이순철은 비록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진가로서 우리와 무언가 함께 할 프로젝트를 구상하겠노라 다짐했었다.

그렇게 C.why의 비트 외에도 이런저런 비트들 위에 꾸준히 가사는 적었지만 89VMV2에 비해 크게 내 실력은 향상되지 않았었다.

사실 89VMV2 중에 몇 곡들은 아직도 혼자 듣는다.

89VMV2를 발매한 뒤 몇 곡들을 들으며 순순히 인정하게 된 건 내가 뛰어난 랩퍼는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이 후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고 기존과는 좀 더 다른 스타일로 해보고 싶어 다양한 시도를 하다 C.why의 비트 중 하나에 이런저런 실험을 하던 중 개인적인 만족도가 있는 곡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당시 "평타치냐?"라는 제목으로 살짝 공개해봤는데 주변 반응도 나름 긍정적이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 부터 "Double Swag Show"라는 공연에 섭외되었고 우린 그 공연을 기회삼아 89venom이라는 팀으로서 뭔가 자리를 잡고 좀 더 지속적인 팀이 되길 원했다.

하지만 우리 팀의 이력이라곤 달랑 Mixtape 두 장 뿐이었다.

그래서 공연 전에 첫 싱글앨범을 발매하고 그 공연을 기회삼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공연 전에 발매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개인적으로는 제목대로 평타는 치는것 같았기 때문에 급히 곡 구성에 대해 논하고 추가작업에 들어갔다.

여유롭게 작업하다기보단 시간에 쫓겨 작업하느라 힘들었는데, 그 중 가장 힘든 점은 난 당시 서울에 거주 중이었고 C.why는 부산에 거주 중이며 서로 만나서 작업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녹음은 당시 내가 지내던 친구의 작업실에서 했지만 녹음을 한 번 하면 그걸 바로 C.why에게 e-mail 보내서 의견을 나누고 또 재녹음하다보니 녹음시간만 거의 밤을 새웠던 것 같다.

그렇게 좋지 않은 환경에서 시간에 쫓기며 작업하다보니 아쉬움이 유난히 더 많은 곡이다.

앨범 작업이라는건 Mixtape이나 싱글앨범이나 늘 계획대로 잘 되진 않는다.

멤버 모두가 100%만족하는 곡을 만들려 했다면 우린 아직도 싱글앨범 하나 조차도 발매하지 못 했을 것이다.

시간에 쫓겨 작업했기 때문에 C.why나 나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곡이기도 하다.

서로 시간이 잘 안 맞아 원래 계획했던 발매일에 맞추기엔 버거울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 우린 외부의 도움을 받기보다 우리끼리 진행하다보니, 지금도 많이 부족하고 배워가는 입장이지만 당시 첫 싱글앨범을 만들기엔 우린 지금보다 더 모자라고 부족했다.

난 당시를 2013년 늦봄에서 초여름쯤으로 기억한다.

딱히 어떤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첫 싱글이니 어떤 메세지를 전달한다거나 첫인상이 될 첫 싱글에 대해 부담은 사실 없었다.

그냥 늘 그랬듯 생각나는대로 끄적였고 중간중간에 다소 말이 안 되는 가사들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Double Swag Show"는 당일 날 취소되었지만 그보다 우린 이번 싱글앨범을 시작으로 정규가 될지, EP가 될지도 모른채 그냥 곡을 더 쌓아서 좀 더 89venom 자체를 키워볼 요량이었다.

이후 우리 팀의 계획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다음 곡들에 대한 작업기를 통해 밝히겠다.

by pram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