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9일 화요일

2014년 8월 16일 토요일 광안리 BA Launge Party와 그 이후에 대해서. (스압)

thx god. 그리고 그 날 찾아주신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이 날 공연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변명을 먼저 하겠다.
그리고 이 글은 내가 그 어디에서 공개했던 글 보다 가장 솔직하고 여과없는 글이 될 것이다.
글 작성하는 이 시간, 응급실에서 퇴원한지 48가량 지났고 호흡은 많이 진정되었만 여전히 극심한 어지러움에 생각이 많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먼저 글을 올린다.
난 과거의 어떤 사건을 계기로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정했었고 지금 또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살아왔다.
개인적인 성찰을 너무 심하게 하는 바람에 때론 절망 가운데 빠지기도 하고 거기서 헤어나오는 과정이 때론 내가 견디기 힘든 수준까지 도달할 때도 많다.
정신병은 전염병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내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하진 못한다. 그들까지 힘들게 하고 싶진 않기 때문에. (물론 내가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 많은 영혼들에게는 평생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 것이다.)
대부분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는 가사로 풀어내며 내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스스로 많은 위로를 얻었다.
show me the money season 1에서 했던 인터뷰 때 내가 빼먹은 말이 있는데 나에게 힙합이란 치유의 수단이다. 이 말은 많은 랩퍼들은 공감할 것이다.
내 정신병은 날 강하게 만듦과 동시에 날 절망 속에서 살게 했다.
병명은 의사의 진단마다, 병원을 옮길 때 마다 계속 변화되었고 지금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복합적인 상태가 되었다.

정신병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루도록 하고 이번 파티 공연 전인 14일부터 부산을 떠나 난 내 삶에서 내가 지금 어디까지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잠깐 성찰하는 기회로써 여기고 싶었다.
물론 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또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에 대한 계획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문제는 난 극심한 불안감 때문에 약 없인 잠을 잘 수가 없는 상태가 된지 몇 개월이 되었고 14일에 부산을 떠나는 과정에서 약을 깜빡하고 집에 두고 가버렸다.
결국 14일부터 16일까지 약 4시간 정도밖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는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초래하는 계기가 되었다.
분명 16일 공연 당일 저녁 9시정도 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10시 30분 쯤이었나? 호흡곤란이 도졌다.
약을 못 먹어서, 잠을 못 자서 이런적은 사실 잘 없었기 때문에 당황했지만 고등학교 다닐 때 이런 적이 몇 번 있었다. 물론 그 때도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셨지만 그 땐 잠시 안정을 취하면 해결이 됐었기 때문에 '조금만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 지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나아지지가 않았고 결국 난 공연장 구석에서 드러누워 있었다.
사실 최근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힘들었었기 때문에 이게 한 몫 한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난 구석에서 드러누워 공연 시간 전까진 최대한 진정해보려고 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공연에 대한 긴장은 절대로 아니었다.
이 호흡은 사실 아까 언급했듯 고등학교 때에도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사실 포기하고 집이나 응급실로 달려가고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이 공연을 위해 몇 달을 고생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아직 뭐 하나 내새울 것 없는 우리 팀을 믿고 섭외해주신 분들에 대한 약속 하나만큼은 반드시 지키고 싶었다.
공연 시작 직전에 공연 관계자 분께서 집에 가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단 한곡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정 힘들면 딱 한 곡만 하고 내려와도 된다시길래 버티고 버티다 공연 시작 전에 노래 하다 죽는 것도 개죽음은 아닌것 같아서 간신히 일어났지만 첫 곡을 부르는 내내 서있기 조차 힘들었다.
근데 공연을 하면 할 수록 머리는 여전히 어지럽지만 일단 호흡은 돌아오는 것 같아서 점점 힘을 내어서 결국 그 날 준비했던 곡들은 다 부를 수 있었다.

물론 파티에 참석해주신 많은 분들이나 파티 주최자 및 스텝분들, 또한 나에게 실망스러운 무대였던 것도 분명하다.
욕을 먹더라도 차라리 집에 그냥 갔어야했나 싶을 정도로 무대에서 노래를 하면서도 계속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끝내고 나 때문에 와준 순철이와 의준이와 수영이에겐 너무 미안하지만 집으로 가거나 병원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마무리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하고 먼저 그 자리를 벗어났다.
사실 이렇게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살면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함이 먼저 앞선다.
사실 내가 그 날 공연을 어떻게 했는지도 지금 기억도 잘 안난다.

아무튼 그 건물을 벗어나자마자 머리가 핑~ 돌았고 결국 집까지 가는 것은 힘들다 판단해서 119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갔다.
과호흡과 무호흡의 반복.
과호흡 때에는 온 몸이 저리고 힘이 빠져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고, 무호흡 때에는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몸이 꼬이고 굳은채로 펴지지도 않았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너무 힘들었지만 중환자실 앞까지 갔다가 결국 산소호흡기를 끼고 나서야 조금씩 안정이 취해졌다.
사실 산소호훕기 낄 때 좀 무서워서 울었다.
혈액 검사 및 온갖 검사들을 다 하고나서 가족들이 도착했다.
사실 눈과 귀는 열려있었고 나에 대해 말씀을 나누시는 간호사분들과 의사선생님들의 말씀을 귀담아 듣기도했고 의사선생님이 조언을 해주셨다.
당분간 랩이고 공연이고 나발이고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물론 만들어진 곡들에 대한 진행은 이루어지겠지만 새로운 곡들에 대한 계획은 당분간은 좀 쉬면서 생각을 정리해볼 생각이다.

또 응급실에서도 재밌는 일들은 많았기 때문에 처음엔 디테일하게 적고 싶었으나 괜히 기록해두고 계속 생각하는것 보다 최대한 간략하게 적음으로써 내가 나중에 이 글을 읽었을 때에 "아 그랬었지"라고 생각하며 단순하게 회상하고 싶은 마음에 디테일하게 적진 않겠다. 디테일하게 적었다간 다시 그 고통이 생각나며 괴로워질 것 같기 때문이다.
조금 안정되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약을 먹고 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번 주는 약 먹으면서 집에서 일주일 내내 쉬어야겠다.
사실 지금은 호흡이야 많이 안정되었지만 어지러운건 여전하다.
아버지께서는 뇌검사부터 온갖 검사를 해보시길 원하시지만 난 사실 두렵다.

아무튼 그 날 공연 기획자 여러분들 및 그 날 찾아와주신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고, 만약 제게 다음이라는 기회가 있다면 그 땐 더 열심히 해서 만회하도록 해보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일들은 웬만하면 이런 긴 글보단 곡으로 조금씩 풀어나가는 제가 되겠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조만간엔 좋은 소식으로 찾아뵙길 바라며 두서 없는 글을 마치겠습니다.
끝으로 몇몇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고 기도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89venom의 pramky 올림.